회원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올해 8월에 진행 예정이었던 동티모르 의료캠프를 내년으로 연기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로벌한 문제뿐만 아니라 오랜 저출산에 따른 인구학적인 변화가 우리 앞에 절벽처럼 성큼 다가온 시국에 비상한 관심과 현명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여러 분야에서 퇴행의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공정과 상식’은 다른 뜻을 가진 낱말로 변색되었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과 똘레랑스는 희미해졌습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의료계와 사회 전체에 던진 잘못된 신호로 인해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어렵게 유지되던 의료시스템이 크게 훼손되고, 그 여파로 인해 세상의 한 편에 서서 조그만 힘을 모아 지구촌 환자들을 돕고자 하는 저희 단체의 소박한 활동도 영향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경북전문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생 10명과 간호학과 교수님의 참가를 약속했고 (사)가정복지회글로벌은 행정업무를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만 의료진 섭외가 예년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저의 능력 부족 탓도 있겠지만 정부의 비상식적인 정책의 무리한 추진 탓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팀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자신의 휴가를 반납하고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먼 나라 이웃을 돌보는 데 관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의 사태를 더 지켜보지 않고 현 시점에서 의료캠프 연기를 결정한 것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경색된 현재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빠른 시일 내 해결되지 않으리라 전망을 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기각된다고 하더라고 일부의 학생들과 상당수의 전공의들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지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더구나 빠른 시일 내 캠프 개최 여부를 결정해야만 참가를 희망했던 경북전문대 학생들이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해외의료지원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인류의 희망을 갖게 되고 또 참가자들의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은 우리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일상의 민주화와 공정과 상식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실천적 변화가 우리가 만났던 우간다, 네팔, 동티모르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정기 후원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저의 또 다른 희망이 되겠습니다.
‘오로지 희망 없는 자들을 위해 우리에게 희망이 주어져 있다.’는 괴테의 말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 각자의 희망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더써드닥터즈 대표 노봉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