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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 2021,06,18
  • 79

자녀와 함께한 의료캠프

‘자녀와 함께 해외 의료봉사를 떠난다’ 이는 모든 부모의 로망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너무 쉽고 간단하게 성사되어 버려서 조금 허망하기도 하지만 그 느낌을 적어보려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의 이번 네팔캠프의 참가는 히말라야. 안나푸루나 라는 단어에 꽂혀서 시작되었습니다. 의료캠프가 끝나면 어떻게 안나푸루나 트레킹으로 연결시킬까만 고민하다가, 도중에 어떤 계기로 캠프자체에 참석하지 못할 뻔하기도 했지만 큰 아이 강이를 데리고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 되었고, 그 이후부터 안나푸루나는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아이와 함께 한다는 기대와 설렘이 훨씬 더 강력한 마약처럼 작용하였습니다.
떠나기 전 아무 관심 없어보였던 아이는 1주일 전 도서관에서 네팔에 관한 책을 빌려와 방학숙제 겸해서 네팔에 대한 자료집을 만들면서 아빠를 닮은 벼락치기에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드디어 출정하는 날 저는 집에 남아있는 동생에게 엄마를 잘 감시하라는 미션을 남기고, 엄마는 두 아이를 다 데려가지 않고 하나를 남겨두고 간다는 원망과 다음에는 두 아이 모두 데려가지 않으면 아무도 보내지 않겠다는 협박을 뒤로하고 아이와 함께 버스에 오르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실감납니다.
아이가 평소 멀미를 잘 하기에 장시간의 이동시간이 걱정이 되었는데 힘들어 하면서도 생각보다는 잘 버텨주었습니다. 아마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과 더불어 힘든데도 잘 참는다고 격려해주는 여러 선생님들의 칭찬이 아이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쿨 한척. 어른 스로운척 하는 녀석이 숙소에 들어가 아빠와 단 둘이 있게 되면 온갖 어린양은 다 하면서 하나하나 아빠를 부려먹는데 샤워는 기본이고 양치질은 물런 심지어 응가하고 똥꼬까지 닦아 달라고 합니다. ㅠㅠ 제가 평소에 ‘아무리 안으로 썩어 문드러져도 겉으로는 자세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이걸 응용하나 싶습니다.
이번 캠프 중 아이에게 간섭하지 않고 최대한 방임할려고 마음 먹었는데 낯선 환경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간섭하고 챙기게 되고, 아이도 자꾸만 붙어 있을려고 해서 전체 팀원들과 함께 어울리지도 못하고 약국팀 야간작업에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중간에 빠져 나오게 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번 네팔에서 아이는 저에게 가장 큰 짐이면서 동시에 좋은 친구 혹은 동반자 역할을 하였습니다. 김주헌 원장님과 민섭군, 박경아 선생님과 혜송이 문원이의 모습에서도 부모 자식의 관계보다는 친구 같은 모습을 보았고요. 지금껏 저는 집안에서는 수령님으로 불리우고 최고존엄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려 하였는데 이번을 계기로 되도록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노력 해야겠습니다.

9일의 시간 동안 아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욕심은 아이가 부처처럼 큰 깨달음을 얻고 훌쩍 성장했으면 하지만 아이는 반드시 부모의 기대를 져버려야 한다는 본인의 임무에 충실하여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부모나 어른들이 생각하는 모범답안과 같은 모습은 더욱 아닐거란 생각이 들지만, 아이 나름대로 자기의 눈높이에 걸맞는 모습을 보고 느낌을 가지고 왔겠지요. 아니면 아빠와 여러 어른들과 함께 했던 추억만 남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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